인간이 아직 어쩌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시간"일 게다. 이미 여러가지 교통수단 및 네트워크로 점차 공간적인 제약은 줄어들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도 단 1초의 에누리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게 시간이다.

그래서 시간을 주제로 한 인간의 상상력은 예전부터 끊이지 않는가 보다. 결코 붙잡아 둘 수도, 거슬러 갈 수도 없는 시간의 안타까움은 얼마나 매력적인 주제인가.
그러고 보면 오랜 여운을 남긴 소설이나 드라마/영화의 주제에 시간(기억)에 관한 것이 많은가 보다.
기억을 잃은 사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시한부) 인생,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시간 등 하나같이 애틋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예전에 영화로 먼저 접했다.
단편인 것에 조금 놀랐다. 장편 영화이기 때문에 무심결에 장편 소설로 여겼나 본데..
이건 책을 먼저 보는 게 좋은 경우다. 영화의 상상력이 소설의 생략된 행간을 메우고 있다.

사랑의 추억마저도 허용하지 않다니 너무 안타깝군. 잔인할 정도로..







2009/11/01 21:35 2009/11/01 21:35
최근 읽은 경제서. 우연하게도 같은 저자의 책이다.

환율과 금리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 같다(적어도 내 수준에서는). 각각 한 학기 정도 강의로 들으면 딱 좋겠다 싶을 만큼 충실하다.
다시 말해서 혼자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거다.
특히 "환율"은 어째 펼치고 한 페이지만 읽으면 잠이 쏟아지는지.. 국어사전 이후로 최고의 "자장서"(잠을 오게 만드는 책)가 아닌가 싶다.

너무 건너뛴 부분이 많아서 아쉽다. 하지만 다시 읽을 엄두는 안 난다.

2009/10/25 09:03 2009/10/25 09:03
아주 예전에 TV에서 - 아마도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프로그램 - "잠이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저 하루에 잠을 3~4시간 정도 자는 초인적인(!) 수준을 뛰어 넘어, 아예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학생이었는데, 도서관에서 밤새고 공부하고는 아침에 운동장을 두 바퀴 뛰고 그냥 수업에 들어가더라구. 당연히(?) 뛰어난 학점으로 매학기 장학금을 놓치지 않고. 당근 건강에도 이상이 없고 의사도 갸우뚱.
하루 꼬박 8시간씩 자지 않고는 못배기는 나로서는 어찌나 부럽던지..
물론 그 방송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지만, 약간 충격적이었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기적을 목격한 느낌이랄까?

아주 어릴 적부터, 시간을 보관해 두었다가 꺼내 쓰는 것을 자주 상상했었다.
무덥고 심심했던 여름방학의 어느 나절에는 그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느니 보관해 두고 싶었고, 숙제를 미처 못한 아침이나, 시험전날에는 예전의 한가로운 시간을 꺼내어 쓸 수 있기를 바랬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2,000년 전 세네카 시대나 지금이나 똑같다. 세네카는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실수와 어리석은 행동으로 허비해버리고, 수많은 시간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흘려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거의 평생동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만 하고 산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평생동안 시간을 깨알같이 기록하고 관리한 한 학자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본인의 입을 통한 전달이 아닌 사후의 기록이므로, 그가 시간을 관리한 방식이나 인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이거나 감동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시간의 정복자라니, 너무 엄청난 제목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 집요하고 꼼꼼한 학자의 시간관리를 떠올리며 나를 돌아볼 필요는 있겠다.



2009/10/20 07:22 2009/10/2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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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놈은 늘 객관적 시각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자칫하면 잘난척한다고 보일 수 있다. (예전에 내 별명 중에 하나가 "똘똘이 스머프" 였음)
혹은 냉소적인 - 또는 비판적인 -  성격으로 비칠 지도 모른다. (개콘의 '워워워'가 재미있나?)

하지만, 감정보다 이성에 근거하여 바라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거나, 판단해야 할 때는.
충동적인 감정의 이끌림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 얼마나 후회하게 되는가? - 주식투자 같은.. 휴~
이성적, 객관적으로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잘못된 선택은 공정하지 못하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 지난번 대선의 결과를 보라. 으~

같은 사실을 어떤 "프레임" - 혹은 관점 - 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진실은 달라진다. 여기서 "프레임" 이라는 것이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개인의 주관에 좌우될 가능성이 많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주위 환경 - 사람, 미디어, 광고 - 에 영혼을 맡기고 생각없이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일상의 언어로 아주 쉽게 쓰여졌지만, 그 이상의 만만치 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마지막 꼭지의 "지혜로운 사람의 10가지 프레임"을 기록해 둔다.
의미 중심의 프레임을 가져라
접근 프레임을 견지하라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비교 프레임을 버려라
긍정의 언어로 말하라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주변의 물건들을 바꿔라
체험 프레임으로 소비하라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위대한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추신.
요즘 중간에 깨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2009/10/09 03:58 2009/10/09 03:58

다음과 같은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가진 책이다.
출간 50주년, 전 세계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을 사로잡고 있으며 지금도 매년 30만 부가 팔리고 있는 미국 현대문학 최고의 문제작
랜덤하우스가 뽑은 20세기 영문학 100권에 선정
미국의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되고 있는 <현대문학의 고전>
이런 문구를 보고 드는 느낌은,
많은 사람이 극찬했다면 그들이 느낀 감동을 나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책을 펼치는 순간 곧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며, (읽지 않음으로서) 그 기회를 놓친다면 후회할 것 같다는 거다.

그래서 엄청난 기대로 부푼 가슴을 안고 첫 장을 펼쳐서 보기 시작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이제나 저제나 기대하던 대단한 그 무언가는 - 기막힌 구성이나 반전, 독특한 상상력, 뛰어난 캐릭터 묘사 등 -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고등학교에서 쫓겨난 불쌍한 청춘의 찌질한 일상과 그의 푸념과 투덜거림 뿐이다.
어른의 눈으로 볼 때는, 별 쓸데없는 걱정과 참견과 불평을 하고 있을 뿐 어디에도 그럴 듯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자꾸만 손이 간다. (새우깡도 아닌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 읽은 셈이다.
읽을 때마다 "쳇, 이게 뭐야 싱겁게시리.." 하면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궁금해 진다.
"홀필드 녀석,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009/10/07 00:13 2009/10/07 00:13

스크럼은 럭비에서 어깨걸고 맞서는 모습 바로 그거다. (이름 하나는 기차다)
일종의 Agile 방법론이라 할 수 있지만, 섣불리 XP로 연결지을만한 고리는 별로 없다.

다음의 인용구에 공감이 간다면,
책 앞부분의 목차와 한 두장(chapter)만 일별하고도 스크럼에 대해서 아는 척 할만 하다.

리니지2 개발팀은 2년 전 스크럼을 도입한 후로 아침마다 다 같이 모여 일일 스크럼 회의를 합니다. 일일 회의에서는 책에서처럼,
1. 따로 회의실을 잡지 않고
2. 일어선 채로 최대 15분을 넘기지 않고
3.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 일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 세 가지를 돌아가며 얘기합니다.

스크럼은 누구나(?) 실무에서 부딪치며 깨닫는 바를 가감없이 풀어놓은 방법론(?)으로 보인다.
"성공적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냥 개발자(개발팀)가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방법이며, 그걸 좀더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프로세스로 정리한 게 스크럼이다.

단행본으로 묶여 나올 만큼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만큼 뻔한 내용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200페이지가 넘도록 소개되는 스크럼의 개요, 방법, 적용, 영향, 가치 보다는 첫 장에 인용된 다음의 문구가 더 인상적이다.

"기술자들의 문제는 변화를 혼돈으로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특히나 약간의 오류만으로도 전체 시스템을 뻗게 만들 수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변화란 기회일 수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제품에 원하는 기능을 어렵지 않게 추가할 수 있을 시간이 우리에게 있다면, (약간 더 무리해서) 얼마간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는 서서히 미쳐 돌아가기 시작하게 된다. 우리는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2009/10/05 21:27 2009/10/05 21:27
스크럼 :: 2009/10/05 21:27 메멘토..

사다리 걷어차기
8점

몇 년 전에 아는 형님의 소개로 알게 된 책인데,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지나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알라딩에 찜해 둔 책만 300권이 넘네. 태반은 읽지 못할 거다. 그저 놀기만 하기에도 바쁜 게 인생이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려오게 되었는데, - 찾던 책이 없어서 대타로 고른 - 역시 유명세에 걸맞는 좋은 책인 것 같다. ("~같다"라고 말을 흐리는 것은,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어서 곧 반납하려는 탓이다)

여러모로 최근에 나온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비교가 되는 책이다. 사다리 걷어차기의 대중서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라고 봐도 되겠다.

그만큼 사다리 걷어차기에 인용된 수많은 참고자료와 통계는 책장을 넘기는 데에 방해가 되었다. 게다가 이미 예상한(그리고 동의한) 결론을 증명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지루할 수 밖에. -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를 두번 보는 기분이랄까?

경제학을 공부하는 분이라면 추천할 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나쁜 사마리아인들로도 충분할 듯 하다.

자 이게 한 방 요약이다.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Kicking away the Ladder)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다. ...

보호 관세와 항해규제를 토해 다른 국가들이 감히 경쟁에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산업과 운송업을 발전시킨 국가의 입장에서는 정작 자신이 딛고 올라돈 사다리(정책, 제도)는 치워 버리고 다른 국가들에게는 자유 무역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걸어왔고 뒤늦게 자유 무역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참회하는 어조로 선언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일은 없을 것이다



2009/09/04 08:09 2009/09/04 08:09

맨먼스 미신
6점

출간된 지 무려 20년이 지난 책이고 해서, 줄곧 내 돈 주고 사 보기는 위험천만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통찰력을 자랑한다 해도, IT 관련 책을 20년 후에 읽는다는 건 아무래도 좀..

결국은 (빌려서) 읽어본 감상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편이다. 역시 끝까지 집중하며 읽기는 버거웠지만, 몇 가지 꼭지는 놀라울 정도로 (20년 후의) 현실과 부합한다. 20년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거.

특히, ‘진흙 구덩이’, ‘맨먼스 미신’, ‘수술 팀’ 이 세 꼭지는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 본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데 있다. … 왜 이럴까?

첫째, ‘모든 것이 일정대로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전제가 알게 모르게 프로젝트 진행과정에 개입된다.

둘째, 인력(man)과 작업기간(month)이 상호 교환 가능한 관계라는, 정확하지 않은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일정이 공전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뻔한(그리고 전통적인) 대응방법은 그저 인력을 더 많이 투입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불에 기름을 붓듯이 상황을 더욱 그것도 아주 심하게 악화시킬 뿐이다.

1/3 : 계획

1/6 : 코딩작업

1/4 : 컴포넌트 테스트와 초기 시스템 테스트

1/4 시스템 테스트, 모든 컴포넌트 입수.

그의 팀이 일하는 시간의 50%만 실제 프로그래밍 작업과 디버깅 작업시간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나머지 시간은 머신이 작동을 멈춘 시간, 우선순위가 더 높지만 작업과는 관계없는 회의들, 회의, 문서 작업, 회사 일, 병, 개인 시간 등에 쓰였다.

위의 인용은 내 경험상 매우 – 거의 100%에 가깝게 - 현실적이다.

p.s.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Man-month라는 단어가 실제로 영어권에 존재하는 단어인지를 안 것도 이 책 덕분이다. 그 전까지는 콩글리시거나 적어도 일본식 조어라고 생각 – 아니 확신 - 했었다.




2009/08/04 02:15 2009/08/04 02:15
맨먼스 미신 :: 2009/08/04 02:15 메멘토..

골든 슬럼버
8점

어찌하면 일주일의 지친 심신을 주말 동안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찾은 도서관에서, 이 범상치 않은 표지는 나를 잠시 망설이게 했다.

이거.. 이사카 고타로 맞아? (표지만으로는 거의 존 그리샴)

그러잖아도 눈물이 맺힌 남자의 얼굴과 커다란 제목이 불안하게 가로지른 책의 표지 때문에, 이사카 고타로의 책 중에서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했던 녀석이다. (게다가 두껍기까지 하다)

(그의 책은 거의 보았으니) 달리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서 집어 들고는, 나도 모르게 살짝 각오 비슷한 것을 했던 거 같다.

‘이거 읽느라고 주말이 더 피곤해 질 수도 있겠다.’

‘결국은 주말에 못 끝내고, 월요일로 넘어가면 낭패인데..’

‘너무 심각하거나 거창해서, 우울해질 수도 있어.’

뭐 이런.. 쓸데없는.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중력 삐에로” 처럼 깜찍하고 상큼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다.

전작에 비해(!) 허를 찌르는 반전, 의외의 상황이나 대사의 잔재미는 덜 하지만, 그만큼 기본과 공식에 충실하다. (아마도 영화화하기에는 가장 좋았을 듯)

해피엔딩 이면서도 슬픈 여운을 남긴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누명을 쓰고 도망 다니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
그들이 대체 어떻게 해피엔드를 맞더라, 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진범을 잡는다. 그거다. 결백한 주인공은 쫓기는 가운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진짜 범인을 찾아내 결백을 믿게 만든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덩실덩실 행복한 결말을 맞고, 관객은 만족하며 극장을 나서거나 텔레비전을 끈다.

‘치한은 죽어라’

‘참 잘했어요’



2009/07/30 00:56 2009/07/30 00:56
Golden Slumber :: 2009/07/30 00:56 메멘토..

꽤나 집중을 요하는 책이었다.
충분히 기술중심적인 꼭지는 그럭저럭 따라갈수 있었지만, 주제파악이 힘들어서 건너뛴 꼭지도 있다.
내가 저자의 풍부한 교양에 못미친 때문인지 혹은 번역서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다소 길이가 길지만, - 해커로서의 - 흥미로운 저자의 주장(?)을 남겨 본다.

돈을 벌어주는 소프트웨어와 작성하기에 흥미로운 소프트웨어 사이에는 별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인데, 일하는 입장에서 보면 흥미진진한 일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고 개별적인 고객이 직면한 통속적인 일에 대한 수요만 넘쳐난다.
  - 절대 동감하는 바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그저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프로그래머들이 생각할 때 사용하는 언어이다. 그것은 반쯤은 테크놀로지이고 반쯤은 종교이다.
당신이 스타트업을 위해서 일하는 경우가 있다면, 경쟁자를 평가하는 간단한 방법이 여기에 있다. 그것은 그들의 구인 광고를 살펴보는 것이다.
가장 안전한 경쟁자는 오라클 경험을 요구하는 회사였다. 그런 회사는 전혀 걱정할 이유가 없다. C++ 이나 자바 개발자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하지만 만약 펄이나 파이썬 프로그래머를 찾는 경우에는 약간 긴장할 필요가 있다. ... 만약 내가 리스프 해커를 찾는 구인 광고를 보았다면, 진짜 걱정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 그럴듯하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종교 또는 습관이다.

"업계 최고의 기술"의 목적은 삐죽머리 보스가 실수를 책임져야 하는 난처한 상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그가 업계 최고의 기술을 선택했기 때문에 회사가 손실을 입는다고 해도,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기술을 선택한 것은 그가 아니라 업계이기 때문이다.
  - 역시 일리있다. 사람들은 안전한 길을 참 좋아한다. (특히 돈에 관한 한)

OO 세계에서는 "패턴"이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 나는 그 패턴이라는 것이 인간 컴파일러에 대한 증거가 아닐까 의심스럽다. 나는 프로그램 안에서 패턴을 발견하면 그것을 뭔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프로그램의 형태는 오직 그것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만 반영해야 한다. 코드에 존재하는 그 밖의 모든 정형성은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 내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은 추상을 이용하고 있다는 신호로 다가온다.
   - 이건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아무래도 리스프를 공부해야 할까?

2009/07/20 06:45 2009/07/20 06:45
해커와 화가 :: 2009/07/20 06:45 메멘토..

우연히 책장에서 "노무현"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노무현' 때문이 아니라, '강준만' 때문에 집어들었던 책일 텐데...
이제는 제목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른 책이 되어 버렸다.

2001년에 출간된 책을 다시 읽어 본다.

이 책은 "국민의 절대 다수가 개혁을 원치 않는다"는 저자의 생각에서 출발한다.

충격요법에 가까울 정도로 직설적이고, 때로는 감정적인 어법을 구사한 글을 몇 구절 옮겨 보면, 그가 얼마나 민심을 각성시키려고 노력했는지 느껴진다.

대중의 마음은 하늘을 날망정 그들의 몸은 수구 기득권 세력이 구축해 놓은 기성 질서에 볼모로 잡혀 있다.


정치를 욕하면서도 정치의 주체라 할 정치인을 선택할 때엔 전혀 다른 잣대를 사용한다. 그들은 언론이 제시해준 '가이드라인'에 따른다.


평소엔 변화에 대해 가장 호의적이었던 젊은 사람들이 막상 선거 때만 되면 투표를 하지 않는다. ... 당당하게 '우리에겐 투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글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미친 짓이다.


'학습된 무력함' 원칙과 이상에 충시한 정치인은 좌초당하기 십상이라는, 과거 역사로부터 학습받은 무력함


꽤 괜찮다고 볼 수 있는 정치인이 있으면 적극 밀어주는 게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과연 그가 밀어주자고 주장한 노무현이 대통령까지 되리라고 상상했을까?
아니, 아마도 그 고개를 넘기가 너무 어려울 거라 생각했기에 이런 책을 썼을 게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놀랍게도 우리는 함께 그 어려운 고개를 넘어섰었다.

그리고 돌고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오고 말았다.
제길슨.


2009/07/16 00:31 2009/07/16 00:31
홍세화의 글은 좀 건조하고 호흡이 긴 편이어서 자주 손이 가지 않는다. 그만큼 읽기에 공을 들여야 하고 생각할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출간일을 2009년으로 바꿔도 무방할 정도로, 2000년대 초반에 쓰인 글이 지금 상황에 별로 어색하지 않다.


연대인가, 홀로인가
엠마뉴엘 카뮈의 '사회불의보다는 차라리 무질서를 택한다'
...
생존권이 아닌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사들의 폐업에는 전전긍긍했던 공권력이, 생존권을 요구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는 강경 진압을 통하여 질서를 강제했다.
...
지금까지 사회의 역사는 사회정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회적 약자들과 현실적인 힘, 즉 권력과 금력을 갖고 있는 기득권 세력 사이의 갈등의 과정이었다....사회적 약자들이 아무리 사회정의를 외쳐도 사회를 개선시킬 힘은 그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의에는 현실적인 힘이 없기 때문이다.... 권력과 금력에 맞설 수 있는 우리들의 힘은 다만 단결에서 온다. 단결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결의 힘'이다.

똑같은 일을 할 때, 비정규직은 비정규직이므로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 수당을 더 받는 것은 사회정의의 당연한 요구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불의와 불평등을 용인하면서 그 어떤 사회정의도 요구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
"자기가 남을 잡아먹고 싶으면서도 남에게 잡아먹히기를 겁내며...... 다들 의심이 깊은 눈으로 서로서로 쳐다보면서......"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2009/07/08 07:44 2009/07/08 07:44

'생선'이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를 몰랐다면, 결코 집어들지 않았을 책이다.
이런 류의 말랑한 제목의 여행기(수필? 글모음? 사진집?) 따위는 20대 초반의 소녀들이나 보는(읽는) 것이라 생각하거든.

즐겨듣던 라디오에서 작가의 목소리가 자주 들려서 친근감 비슷한 게 있었고, 여행이 뮤지션의 자취를 따라가는 의도로 기획되었다길래 더 호기심이 생겼고(글이 별로라도 음악은 건질 수는 있겠다 싶기도 했고), 결정적으로는 도서관에 갈 때마다 '대여중'이어서 오기가 생겼다.

작가에게는 귀한 경험이자 (물심 양면으로) 인생의 자양분을 제공한 여행이었겠지만,
그렇게 폼나게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울 뿐(이 부분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따라하고 싶지는 않군. 그렇게 외롭고 힘든 여행은...

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떠나는 건 우리의 진심이야.
돈, 시간 그리고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아무데도 갈 수가 없으니, 네 얼굴을 닮은 꿈과 네 마음을 닮은 진심을 놓치지 않기를...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 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면서 달렸고,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울면서 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글로써 '공감'이라는 부분은 별로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음악은 어떨지... 일단 목록만 옮겨 적어 본다.(Tom Waits를 제외하고 모조리 생소하군)

Magnetic Fields - 69 love songs
Tom Waits
Sufjan Stevens - Chicago
Camera Obscura - Lloyd, I'm Ready to Be Heartbroken
Andrew Bird - Sovay
Asobi Seksu - Thursday
The Czars - Paint The Moon
The Walkmen - Louisiana
Koop - Koop Island Blues
The Innocence Mission - 500 Miles
Explosions in the Sky - First Breathe After Coma
2009/07/05 02:12 2009/07/05 02:12
호모 코레아니쿠스
6점

진중권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저자의 글빨과 말빨을 고려한다면, 약간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음.. 어딘가 연재한 컬럼을 모아서 책으로 낸 느낌? 각각의 글꼭지는 쉽고 짧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지만, 책으로서의 연결성은 부족해 보인다.
진중권의 이름을 지우고 읽는다면 가볍게 읽을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저 '덩가' 정도로 보면 되겠다. (덩가: 예전 딴지일보의 평점방식. '보던가 말던가'의 줄임말)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민족성' 혹은 '국민성'의 함정을 피해가기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간혹 과도한 객관화와 일반화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보이고.
하지만, 다음과 같은 부분은 전폭적인 동감을 표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군.

사원들에게 극기 훈련이나 산악 행군을 시키는 것은 우리 기업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
...
창의성이 생산력이 되는 21세기에 대한민국은 자신의 미래를 군대 훈련소에서 찾고 있다. 모자라는 상상력을 사디즘으로 보충하려는 변태들이 너무 많다.
- 간혹 뉴스에서 어린 자식을 해병대 체험에 보내는 변태 부모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애들이 무슨 죄냐. 가서 얼마나 망가져서 올지..

한국에서는 위계적 사고가 언어 속에 뿌리를 박고 있다.
- 집에서 3살난 동생이 5살난 오빠의 이름을 부르면, 어김없이 지적이 날아든다. "OO가 뭐니. OO오빠 라고 해야지." 말을 배우자마자 위계적 사고의 각인이 이뤄지는 셈이다.
아무에게나 이름을 부르거나 너(You) - 부모 자식간에도 - 라 할 수 있었다면, 훨씬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을 텐데..

한국인의 무의식에 깔린 더 큰 공포는 다른 데서 온다. 사회적 안전망의 결여, 지나친 경쟁의 강조, 점증하는 고용의 불안정성이야말로 한국인들이 가진 공포의 주된 근원이다.
...
'그냥 사느냐, 더 잘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되는 곳에서, 사람들은 창의적으로 새 영역을 개척하기보다는, 이미 안전한 것으로 입증된 낡은 습관을 고집하게 된다.

사회가 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동력의 상당수는 공장에서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렇게 사무노동 종사자 수가 대폭 늘어나면, 사무직 노동자들이 과거에 누렸던 특권적 지위도 당연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로써 화이트칼라의 블루칼라화가 진행된다.
- 그렇군. 나도 어서 블루칼라의 자세를 갖춰야.. 근데 그게 어떤 자세?
2009/04/10 00:38 2009/04/10 00:38
나와 우리의 여름
8점

히구치 유스케 지음, 이기웅 옮김/시작

분류하자면 청춘추리물(?) 이라 해야겠지.
이런 소설이라면 언제든지 OK.
골치아픈 사색이나 해석없이 그저 호기심만 있으면 단숨에 나아가는 책.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펄펄 끓는 여름에 읽는다면, 더 안성마춤이겠다.

"쿨~한 가족과 친구들이 시작한 가벼운 탐정놀이는 별로 가볍지 않은 진실을 밝혀내고."
(음.. 써놓고 보니 제법 광고카피로 어울리는.. 퍽!)

일본 소설에서의 인간관계가 쿨~하게 보이는 것은 작가의 의도도 있겠지만, 비교적 끈적끈적한 우리의 사는 모습과 대비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적당히 본심을 숨기는 그들의 성격도 그렇겠지만.

재혼 상대를 구할 자신이 없으면 최소한 가사를 도와줄 사람이라도 구해달라는 내 주장에 대한 아빠의 의견은 이렇다.
"사생활을 건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돈으로 고용한다는 건 식민주의적 발상이다."
지당하기 짝이 없는 의견이지만, 의견만으로는 설거지도 못하고 빨래도 널지 못한다.

2009/03/31 01:06 2009/03/31 01:06
진짜 좋은게 뭐지?
8점

닉 혼비 지음, 김선형 옮김/문학사상사

전작은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문체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이어보는 책. (이번에는 물론 정독)
소설가는 기본적으로 모두 "수다쟁이"라 할 수 있다. "구라쟁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나름대로의 문체에 따라, 진중해 보이기도 하고, 또는 건조하거나 화려하거나 난해하거나, 등등 여러가지 느낌을 주지만. 어쨋든 책 한권의 분량으로 나름대로의 썰을 풀어가는 능력이라는 건 (대단한 거다), 뭐 "수다스럽다"고 표현해도 될 듯 하다.

그리고 닉 혼비는 그런 느낌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이런, 수다쟁이 같으니라구."
책 자체가 곧 시트콤이군.

평범한 유뷰남(혹은 유부녀)라면, 공감할 내용이 차고 넘친다.
정말 "진짜 좋은 게" 뭘까?

조금 있다가 우리는 다시 한 가족이 되어 TV를 같이 본다. 인생이 이렇게 뒤죽박죽이 됐는데 저녁 시간은 어쩌면 이렇게 평화롭고 가정적인지 기가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
가족 의례란 것은, 아무리 혹독한 토양에서도 끝내 꽃을 피워내고야 말 질기디질긴 사막의 꽃 같다.


허공의 소리를 듣고, 침묵을 맛보고, 고독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꼭 사창가에서 아는 사람 만나는 거 같다. 그렇지?"
"그래?"
"응. 누나한테 들켰을 때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어. 하지만 누나도 여기(교회) 있을 사람이 아니잖아. 안 그래?"

엄마는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할머니였어요. 자기가 언젠가는 죽을 거라고 했어요.

추신.
근데, 표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듯. "아동도서"도 아니고 말이지.
2009/03/28 12:29 2009/03/28 12:29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주섬주섬 챙겨서 나왔다.
누워있는 츄리닝 바지를 다리에 꿰고, 머리맡의 책과 휴대폰과 mp3 player를 집어들고, 살금살금 침실을 나와 PC가 있는 건너방으로.

즉, 나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 건 책,휴대폰,mp3 player다. (물주전자는 없음)
각각의 용도는 다음과 같다.
- 잠자리에 누워 불을 끄기 전까지 읽는다. 아이들도 자기 전에 책을 읽는다. 애들이 책을 마치면 불은 꺼진다. 그림책이라 빠르다. 항상 좀 아쉽다.
mp3 player - 불이 꺼진 후에도 잠이 안 오면,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는다. 일찍 자기 싫으면 라디오. 아침이 걱정되면 Rock. 볼륨이 클 수록 일찍 잘 수 있다.
휴대폰 - 이놈은 용도가 다양한데, 유용한 차례대로 적자면 시계, 알람, 전화의 순서다. 전화의 용도로 활용될 때가 가장 짜증남. 밤 늦게 걸려오는 전화가 유쾌할 리가 있겠는가. 방금도 문자 한 통. "안타깝게 서류전형에 불합격되었습니다. 어쩌고저쩌고.."

책 읽으려고 일어났다가 몇 자 남긴다.

그나저나 박찬욱 감독은 글도 참 잘 쓰네.
2009/03/23 23:03 2009/03/23 23:03
피버 피치
6점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문학사상사

한 영국 축구광의 자기 고백서.
그 사람이 다름아닌 정상의 인기작가이기 때문에, 글은 호흡이 짧고 유쾌하고 재미있다.
아무리 그래도, 소재가 영국 축구인 경우에 - 게다가 70~90년대라니 - 나같은 한국의 독자가 끝까지 집중하기는 역시 무리다.
뭐.. 1시간 안에 해치웠다.
읽었다기 보다는 책장을 넘겼다고 보는 게 맞겠다. (속독을 하는 게 이런 기분일까?)

그래도 아래와 같은 부분은 명문(?)이군. ㅋㅋ

인종차별주의자에 대한 경고
때때로 상대 팀의 흑인 선수가 파울을 하거나,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놓치지 않거나, 주심과 말다툼을 벌이면, 진보주의자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떨게 된다. "제발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라는 혼잣말이 나온다. ... 그러나 어느 네안데르탈인이 일어나서 인스나 월리스, 반스나 워커에세 손가락질을 하고, 우리는 숨을 멈춘다... 그리고 그가 그 선수에게 좆 같은 놈이라거나 변태라거나, 뭔가 음란한 욕지거리를 하면, 우리 아스날 팬들은 역시 대도시에 사는 세련된 사람들이라는 엉터리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문제의 명사가 빠졌기 때문이다. ... 사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좆 같은 검둥이 놈'이 아니라 '좆 같은 놈'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고마워할 일은 전혀 아니지만 말이다.


추신.
도서관을 이용하는 건 확실히 부담이 적다.
돈 주고 샀다면, 본전 생각에서라도 꾸역꾸역 읽어내느라 힘겨웠을 듯.
2009/03/21 20:01 2009/03/21 20:01
책을 읽는 목적(?)이라면,
하나는 재미와 휴식을 위함이고, 또 하나는 무언가 한 수 배워서 남기려는 것이 그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 즉, 삶에 여유가 없어지면서 - 독서에서도 자꾸 뭔가 배우고 남기려는 목적이 앞선다.

그러면서도 노골적인 "~해라"에는 잘 적응이 안되는 것이 사실인데, 주로 자기계발서들이 그런 편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억지로 참으면서 끝까지 읽어내는 편이었으나, 이제는 적당히 읽는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굳이 정독을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적당히 필요한 부분만 세심하게 읽고 기록해 두면 되지. (이 블로그의 존재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
6점

트와일라 타프 지음, 노진선 옮김/문예출판사

솔직이 집중이 잘 안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책장을 설렁설렁 넘기며 읽어내려간 책이다.
한번 읽고 나니 제법 접어놓은 부분이 많아서 다시 한 번 읽었다. 정독은 없었지만 통독을 두 번 한 셈.

아래는 목차 이외에, 추가로 기억할만한 구절들.

창조성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은 역설적이다. 창조성은 모든 일을 신선하고 새롭게 유지하는 방법인 반면, 습관이라는 말에는 규칙과 반복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상상하는 것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 그렇기 때문에 연습이 필요하다.

기술은 당신 머릿속에 떠오른 어떤 아이디어든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기술이 없다면 당신은 실행되지 못한 아이디어 속의 한 활자일 뿐이다. 기술은 당신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와 당신이 만들어내는 것 사이의 간격을 줄여준다.

고고학적으로 책읽기

메타포는 모든 예술의 생명줄

나는 모든 예술작품에는 뼈대, 즉 잠재적인 주제와 그 작품이 태어나게 된 동기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최고의 실패는 낯선 사람이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 혼자 저지르는 나만의 실패다. 그런 사적인 실패는 원하는 만큼 많이 저지르라고 격려하고 싶다.

2009/03/21 19:38 2009/03/21 19:38
빽판 키드의 추억
6점

신현준 지음/웅진지식하우스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마치 평론가인 양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가장해서' 쓰여지는 글이 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글에 영향을 받는 모양이다.
그럴 수록 그런 글은 - 혹은 그렇게 쓰고 싶은 욕구는 - 지우고, 되도록 사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인상을 솔직이 기록하려 한다.

평론가의 경우는 반대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이게 글을 써야 할 테니, 꽤나 부담스러울 것이다. 별로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써야 할 때도 있을 테니.. (참, Almost Famous 봐야 하는데)

이 책은 그저 한 명의 음악 팬으로서 살아온 경험을 회고하면서 써내려간 에세이집 이며, 한 명의 팬의 사적 경험의 공적 기록 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이 블로그의 성격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기록이 아닌가 한다. 저자가 음악평론가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저자와 시대 차이가 나서 공유할 추억이 많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부분은 100% 공감이다.
워크맨은 '녹음병'을 도지게 만들었다. ... 그 과정에서 테이프의 물리적 품질(퀄리티)와 물리적 길이(러닝 타임)의 선택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 그냥 노멀 테이프를 쓸 것이냐 돈을 좀 더 써서 크롬 테이프를 쓸 것이냐, 메탈 테이프를 쓸 것이냐. ... 한 앨범을 녹음하고도 테이프의 재생 시간이 남으면 그 빈 공간에 다른 곡을 채워 넣을 것이냐.

크롬테이프, 메탈테이프 는 정말 오랜만에 듣는 단어로군.
뭐 지금도 mp3를 128KB로 할 것인지 256KB로 리핑할 것인지 고민하고 가능하면 빈 공간이 남지 않도록 player를 채우려고 고민하기는 하지만.
테이프 녹음할 때는 항상 러닝타임 맞추는 것이 고민이었다. 말 그대로 시간이 돈(공테이프 가격)이었으니까. 시간에 딱 맞춰서. 그리고 가능하면 비슷한 성격의 음악들로.
공테이프 커버에 정성들여 곡목과 가수 이름을 적던 것 하며(글씨 잘 쓰는 친구에게 부탁하기도 했음), LP판 속지를 모두 복사해서 함께 모아 두곤 하던 일도 기억이 나네.

그렇게 녹음한 테이프들이 아직도 서랍 한켠에 있을 거다.
이사할 때마다 먼지쌓인 테잎상자를 보며 한숨 지었지만, 버리지 않기를 잘 한 것 같군.
내일은 한번 꺼내어 정리해 볼까?


2009/03/15 01:00 2009/03/15 01:00
Memories of Music :: 2009/03/15 01:00 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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