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2009/01/16 01:57
![]() | 습지생태보고서![]() 최규석 지음/거북이북스 |
대학시절 통학에 2시간 남짓 걸렸던 나는 학교 앞에 거처를 마련하곤 했다.
("~곤 했다" 라고 한 것은 그것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앞 거처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는데.
전세 - 말 그대로 전세다. 부가설명 필요없을 듯.
하숙 - 아침식사 포함이고, 부엌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간단한 취사가 가능하다.
부지런하면 저녁도 먹을 수 있다.
기숙 - 학교의 "기숙사"가 아니고, 그냥 방만 있는 곳을 그렇게 불렀다.
보통 화장실은 공용이고, 부엌은 없다.
장점은 방값이 싸다 그리고 주인과 마주칠 일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물론 나도 기숙생이었고.
두 명, 세 명, 혼자도 살아봤고, 2층, 지하, 빌라, 1층 바깥채 등 방도 골고루 경험해 봤다.
특히 1층 바깥채는 대문 옆에 있었다. 방에는 손바닥 만한 창문이 있었는데 그게 밖에서 보면 꼭 화장실 창문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방값은 가장 저렴했다)
그 시절 기숙방이라는 게 개인공간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을 정도로 늘 어수선 했었다.
남들은 어쩌다 한 번 오는 거라지만, 당하는(?) 입장은 그게 아니었다. 한달에 방주인 끼리만 잔 날은 2~3일 정도였으니.
집주인은 방값 낼 때마다 묻곤 했다. "이 방은 대체 몇 명이 사는 거요?"
술값은 있어도 밥값이 없어서 6개월마다 기숙과 통학을 반복했었고(통학하면 살찌고, 기숙하면 망가지고), 방에 책상도 없이 살 정도로 개념없는 학생이었다. (책은 벽을 따라 빙 둘러서 바닥에 세워놓고)
나는 아직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었다.
왜 그러고 살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시간들.
이 책은 나보다 훨씬 더 치열했던 청춘들의 "습지" 생태에 관한 기록이다.
섬세한 그림과 기발한 상상력, 뜨거운 대사가 한가득이다.
그림없이 보기는 싱겁지만, 그래도 한 토막.
"너 이번 달 생활비 아직 안 냈다? 알바한 돈으로는 옷 샀을 테고... 이런 말까지하면 좀 그런데..
너 요즘 청소도 잘 안 하고, 설거지 순번 지킨 적도 없어. 같이 산다는 느낌이 전혀 없단 말야.
연애도 좋지만 그런 식으로 친구고 생활이고 다 모른 체 해 버리면... 친구들 기분이 어떨 거 같냐?"
"... 어떤데?"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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